일본 여행을 계획하면서 고베나 오사카 일정을 짜고 계신다면, 반나절이라도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히메지성인데요. 흰 외벽이 마치 백로가 날개를 편 것 같다고 해서 백로성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막상 발길을 닿고 나면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남들처럼 성의 아름다움만 찬양하기보다는, 이 거대한 목조 건축물에 숨겨진 뜻밖의 사실들을 짚어드리려고 합니다.

히메지성은 왜 유네스코 세계유산일까
흔히 일본의 성하면 화려한 장식이나 눈에 띄는 색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전혀 다릅니다. 유네스코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바로 건축물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1601년부터 1609년까지 당시의 모든 건축 기술이 집약되어 지어졌고, 이후에도 원형이 거의 훼손되지 않아 그 희소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전란과 화재, 지진을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죠.

백로성이라 불리는 진짜 이유는
외벽이 하얗다고 해서 무작정 백로성이라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성의 지붕 선과 처마 선이 마치 새가 날개를 편 듯한 곡선을 이루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하얀색을 내는 덧칠이 가진 기능 때문인데요. 겉보기엔 단순한 장식 같지만, 실제로는 방화와 방습을 동시에 해결하는 뛰어난 방어 기술이었습니다.
입체 미로를 헤매는 방어의 비밀
성문을 통과해 대천수로 가는 길은 단순히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길을 길고 복잡하게 만들어 적들을 미로 속에 가두려 했죠. 이 복잡한 동선은 관광객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길을 잃으면서 자연스럽게 성의 구조를 체감하게 되는 셈인데요. 방어 목적의 구조가 지금은 완벽한 관람 동선으로 변모한 것입니다.
천수각 안에서 만나는 3가지 의외성
대천수에 들어서면 화려한 내부보다는 투박한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몇 가지 의외의 사실을 마주하게 되거든요.
- 1층부터 최상층까지 이어지는 기둥의 압도적인 크기
-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을 위해 설계된 투박한 계단
- 성 안쪽 벽면에 감쪽같이 숨겨진 무기 은닉 공간
안내도에 적힌 상식적인 설명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간의 깊이를 직접 둘러보면서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세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남기는 것
1930년대에 이미 문화재로 지정되었지만, 수차례의 대보수를 거치며 현대에 완벽한 형태로 복원되었습니다. 과거의 기술을 현재에 맞물려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옛것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선 일입니다. 건축적 가치를 후대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는 과정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새삼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며
백로성이라는 낭만적인 이름 뒤에 숨겨진 무심한 듯 치밀한 방어 전략과 기술을 보고 나면, 이 거대한 목조 건축물에 대한 시선이 조금 달라지실 겁니다. 사진으로 담는 하얀 외벽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고 보는 눈은 훨씬 더 깊어지니까요. 다음 일본 여행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히메지성을 방문하실 계획이 있다면, 길을 잃을 각오로 성 안의 미로를 천천히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의외성이 분명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출처: https://whc.unesco.org/en/list/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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